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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기사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은 필요할까?
    등록일: 2023.08.29 10:39 조회수: 153
  •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구분적용 여부를 놓고 본격적인 샅바 싸움에 들어갔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현재 노사가 다투는 건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업종마다 다르고 최저임금 지급 여건이 부족한 업종의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종별 구분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적용이 저임금업종에 대한 낙인효과를 낳고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업종별 구분적용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에서 업종별 구분적용이 또다시 부결되더라도 경영계가 의지를 꺾지 않는 한, 근거 조항이 남아있는 한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구분적용을 따라다니는 각종 궁금증에 노동법률이 답을 정리했다. 구분적용에 대해 차등적용이라는 용어를 혼용하기도 하지만 노동법률은 법에 명시된 표현인 구분적용이란 표현으로 용어를 통일했다.

    Q. 최저임금 구분적용의 근거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나.

    A.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제4조 2항은 "제1항에 따른 사업의 종류별 구분은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법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즉, 최저임금위원회의 합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결단이 있다면 업종별 구분적용이 가능하다.

    Q. 업종별 구분적용 외에도 최저임금을 지역별ㆍ연령별로 구분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A.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저임금에 대해 업종별 구분적용뿐만 아니라 지역별 구분적용의 필요성도 언급한 바 있지만, 지역별 구분적용은 현행법에 그 근거가 없기 때문에 현실화되기 어렵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역별 구분적용의 필요성도 주장하고 있다. 인구 소멸 등 지역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을 단일 적용하는 것은 지역의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관련해서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구분적용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관할 구역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연령별 구분적용 역시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다. 다만 지역별 구분적용과 달리 연령별 구분적용은 우리나라에서 시행 경험이 있다. 과거 최저임금법은 취업기간이 6월을 경과하지 않은 18세 미만의 근로자에 대해 시간급 최저임금에서 100분의 10을 감액한 금액을 최저임금으로 하는 규정을 뒀다. 해당 규정은 2005년 법 개정과 함께 사라졌다.

    Q. 그렇다면 업종별 구분적용은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는 것인가.

    A. 앞서 설명했듯이 현행법상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업종별 구분 없이 단일 최저임금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종별 구분적용을 시행한 적이 딱 한 번 있다. 바로 최저임금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이다.

    당시 최저임금은 제조업에 한해 적용됐는데, 기업의 지급능력을 고려해 28개 소분류업종을 2개 그룹으로 나누어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시간급 462.5원을 받는 저임금그룹엔 식료품, 섬유, 의복, 가죽, 신발, 나무, 종이 등 12개 업종이 포함됐으며 시간급 487.5원을 받는 고임금그룹엔 담배, 가구, 산업화학, 석유정제, 석유석탄, 철강 등 16개 업종이 포함됐다.

    하지만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객관적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음 해인 1989년부터는 전국 단일 최저임금제도로 운영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Q. 해외에선 최저임금을 구분해서 적용하는 곳도 있다고 하던데.

    A. 일부 국가에서는 최저임금을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로 구분해서 적용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30개국이고 이 중 19개국에서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로 구분적용을 시행하고 있다. 19개국은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뉴질랜드, 호주, 멕시코, 칠레, 코스타리카, 그리스, 네덜란드, 벨기에, 슬로바키아, 아일랜드, 이스라엘, 헝가리, 튀르키예 등이다.

    이 중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곳이 일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은 전국 단일의 최저임금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은 지역별,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일본에서 지역별 최저임금과 업종별 최저임금은 역할ㆍ기능에서 차이가 있다. 지역별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선을 보장하는 사회 안전망으로서 역할을 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최저임금을 지칭할 땐 지역별 최저임금을 말한다.

    이러한 지역별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특정최저임금으로 불리는 업종별 최저임금이다. 특정최저임금은 특정한 사업 또는 직업에 관한 최저임금을 말한다. 특정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지역별 최저임금을 먼저 설정하고 특정 지역 내 산업 4~5개를 지정해 특정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이러한 결정 방식으로 인해 특정최저임금을 지역별 최저임금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특정최저임금은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하게 돼 있으며, 지역별 최저임금과 특정최저임금이 동시에 적용될 경우엔 높은 쪽을 채택한다.

    일본에서 특정최저임금을 적용하려면 해당 업종 노사(종사자)의 신청과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일본의 특정최저임금은 근로자 간 임금 격차를 조정하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Q. 경영계가 업종별 구분적용을 주장하는 이유는.

    A. 경영계는 최근 몇 년 새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급격하게 높아져 감당하기 어려우니 업종별, 규모별, 지역별로 구분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종별 구분적용의 경우 현행법에도 그 근거가 있기 때문에 현실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즉, 업종별로 경영 상황(지불 능력)이 상이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업종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 이에 더해 경영 상황뿐만 아니라 근무강도, 생산성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든 업종에 최저임금을 단일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이 시장의 수용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지나치게 빠르게 인상되고 일률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음에도 단일 최저임금제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ㆍ영세기업, 소상공인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업종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을 구분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임금근로자의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을 들어 구분적용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업종 평균 최저임금 미만율은 12.7%인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전체 업종을 대상으로 구분적용이 어렵다면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부터 구분적용을 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Q. 노동계가 업종별 구분적용에 반대하는 이유는?

    A.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적용이 소득 불균형 및 양극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업종별 생산성 및 지불능력의 차이가 업종별 구분적용을 실시할 정도로 크다고 볼 수 없고,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종별 구분적용에 관심이 쏠리면서 정작 중요한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논의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제도의 목적 중 하나가 임금의 최저수준 보장을 통한 근로자의 생활안정인 만큼 업종별 구분적용은 저임금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과 사회 양극화 해소라는 최저임금제도의 방향성과 맞지 않다는 게 노동계의 목소리다.

    업종별 구분적용의 근거인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에 대해선 최저임금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이후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며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Q. 업종별 구분적용 쟁점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으로 재점화된 것이라면 국정과제에 업종별 구분적용이 포함돼 있나.

    A. 대통령은 후보 시절과 달리 취임 이후엔 최저임금 구분적용에 대한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낸 바 없다. 정부 출범 후에 발표된 110대 국정과제에도 최저임금 구분적용에 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7월 대통령실은 10건의 우수국민제안을 선정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적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어 정부가 관련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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