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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기사 대법, “근로자 동의 없는 CCTV 설치, 정당성 없어”
    등록일: 2023.09.05 13:28 조회수: 142
  • 한 회사가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으로 사업장 곳곳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했다. 이에 반발한 노조 간부들은 수차례 CCTV 카메라에 검정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때 노조 간부들의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처벌할 수 없다는 쪽에 손을 들었다. 대법은 회사의 CCTV 설치 및 운영이 업무방해죄로부터 보호할 대상에 해당된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들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검정 비닐봉지를 씌운 목적이 CCTV 설치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데 주목했다.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1ㆍ2심을 뒤집은 판결이다.

    26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대법원 3부(재판장 이흥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금속노조 타타대우상용차지회 지회장 A 씨 등 노조 간부 3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1ㆍ2심 "시설 관리 업무 방해"…업무방해죄 인정

    타타대우상용차는 전북 군산공장에서 중ㆍ대형 트럭과 버스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회사다. 타타대우상용차는 군산공장에서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자재를 도난당해 피해를 입었고, 2014년과 2015년에는 공장 외벽 화재로 피해가 발생했다.

    회사는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으로 공장에 CCTV를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총 51대의 CCTV를 설치했다.

    노조는 근로자의 동의나 노조와의 협의 없이 CCTV를 설치하는 건 부당하다며 CCTV 설치를 반대했는데, 그럼에도 회사가 이를 강행하자 2015년 11월 12일 CCTV 51대 전부에 검정 비닐봉지를 씌웠다. 이로 인해 회사는 5일 동안 촬영을 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노조 간부들은 세 차례 더 같은 방법으로 회사의 CCTV 촬영을 막았다. 결국 A 씨 등은 위력으로 회사 운영과 관련된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업무방해죄를 인정했다.

    원심은 회사의 CCTV 설치ㆍ운영 목적에 시설물 보안, 화재 감시 등이 포함돼 있다며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에 해당한다고 봤다. 노조 간부들의 행위도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고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할 위험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원심 뒤집은 대법, 원심과의 공통 분모는?

    대법에선 판단이 뒤집혔다. 대법은 원심을 뒤집고 업무방해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눈여겨볼 점은 대법이 원심과 같은 판단을 한 부분이다. 대법은 회사가 시설물 보안과 화재 감시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한 것이 정당하고, 해당 업무가 업무방해죄로부터 보호할 대상에 해당된다고 봤다. 또한, 비닐봉지를 씌운 것에 대해서도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원심과 동일한 판단이다.

    애초 타타대우상용차 노사는 CCTV 설치 전부터 CCTV의 운영방안, 구체적인 각도 조정 등에 관한 실무적인 의견을 3~4차례 조율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합의가 불발된 상황에서 회사는 예정대로 CCTV를 설치했고, 회사 소식지를 통해 CCTV 시험가동을 하겠다고 알렸다.

    이에 반발한 노조 간부들은 CCTV에 비닐봉지를 씌웠고(1차), 회사는 5일 후 비닐봉지를 제거한 뒤 예정대로 시험가동을 했다.

    노조의 반발은 계속됐다. 노조는 근로자 1026명에게 서명을 받아 CCTV 설치 및 운영에 반대한다는 항의문을 회사에 발송했고, 또다시 CCTV에 비닐봉지를 씌웠다(2차). 그럼에도 회사가 정식으로 CCTV 작동을 시작하자 노조 간부들은 다시 한번 CCTV에 봉지를 씌웠는데(3차), 3차 시도에서는 51대 전부가 아닌 근로자들이 작업 모습이 찍히는 12대에만 비닐봉지를 씌웠다.

    회사는 CCTV 영상기록을 보관하는 장소의 열쇠 2개 중 1개를 노조에서 보관하고, CCTV 2대를 철거하자며 타협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CCTV 설치 목적 외 영상정보 사용하지 않겠다는 합의서 작성 ▲카메라 몇 대의 장소 변경 ▲작업 현장을 찍는 카메라 16대는 야간에만 작동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카메라 16대를 야간에만 작동하자는 요구를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고, 노사 협의는 또 결렬됐다. 협의 결렬 후 노조 간부들은 이번엔 카메라 14대에 비닐봉지를 씌웠다(4차).

    대법은 노조 간부들이 맨 처음 비닐봉지를 씌운 1차 시도의 경우 회사가 CCTV를 작동시키기 전인 시험가동 상태였기 때문에 노조 측에서 우려하는 근로자들의 권리 침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회사가 설치한 CCTV 51대 중 절반 이상인 32대는 공장부지의 외곽 울타리에 설치돼 있어 이 역시 근로자의 권리가 침해될 요소가 없다고 봤다. 대법은 "이 32대의 카메라에까지 비닐봉지를 씌운 노조 간부들의 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이와 같은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 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ㆍ원심 판단, 정당행위서 갈렸다

    그렇다면 원심 판단과 대법 판단은 어디에서 갈린 것일까.

    먼저 대법이 꺼내든 건 개인정보보호법이다. 공장부지 외곽 울타리에 설치된 32대의 CCTV를 제외한 나머지 19대의 경우 공장부지 내부를 촬영한다. 즉, 이 19대의 CCTV엔 근로자들의 작업 현장과 출퇴근 장면이 찍힌다. 하지만 회사는 이 19대 카메라 설치와 관련해 정보주체인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대법은 이 점을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1항은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ㆍ이용할 때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은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는 개인정보의 수집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돼야 하고 그 요건 또한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꺼내든 건 근로자참여법이다. 근로자참여법은 노사협의회가 협의해야 할 사항으로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의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대법은 "타타대우상용차의 CCTV 설치 및 운영 목적이 근로자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감시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며 근로자참여법에서 정한 노사협의회 협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대법은 노조 간부들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살폈다.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목적의 정당성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앞서 원심은 이 중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했지만 그 외 나머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은 모든 요건을 충족한다며 정당행위를 인정했다.

    대법은 노조 간부들의 목적이 회사의 시설물 보호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CCTV 설치에 따른 근로자들의 기본권 침해 방어에 있다고 보고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수단과 방법면에서도 CCTV를 떼어내거나 훼손하는 방법이 아닌 검정 비닐봉지를 씌우는 방법을 택해 회사와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가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성을 인정했다.

    이어 대법은 노조 간부들이 정식으로 CCTV 작동을 시작한 이후부턴 근로자들의 작업 모습이 찍히는 카메라 12대(3차) 또는 14대(4차)에만 비닐봉지를 씌운 점, 작업 현장을 찍는 카메라 16대는 야간에만 작동할 것을 회사에 요구한 점 등을 들어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긴급성과 보충성 요건도 갖췄다고 봤다. 회사의 강행으로 CCTV가 정식 가동되면서 노조의 우려대로 근로자들의 개인정보가 위법하게 수집되고 있었고, 대법은 이를 원상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봤다. 대법은 "노조 간부들이 다른 구제수단을 강구하기 전에 임시조치로서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을 막은 것은 행위의 동기나 목적, 수단이나 방법, 법익균형성 등에 비추어 그 긴급성과 보충성 요건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대법은 "정당행위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어린이집에서도 같은 판단 나와…
    기업, CCTV 설치 시 근로자 동의 받아야

    이번 판결로 기업은 근로자의 동의 없이 작업 현장을 찍는 CCTV가 사업장에 설치ㆍ운영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새로 설치가 필요한 경우 근로자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의 동의가 없다면 근로자가 이를 가리더라도 이에 대한 업무방해죄를 물을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유사한 판결은 앞서 지난 2015년에도 있었다. 대전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의 동의 없이 CCTV가 설치됐다. 당시 어린이집 노조 지부장은 이에 반발해 조합원인 다른 교사들에게 비닐봉지로 CCTV를 감싸 촬영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어린이집은 해당 지부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법원은 교사들의 동의 없이 어린이집 내부에 설치된 CCTV의 촬영을 막은 것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정당행위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영유아보육법에 의하면 보육은 영유아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CCTV 설치를 통해 확보되는 영유아의 이익이 교사들이 CCTV의 설치목적, 방법, 장소, 사용기간 등에 대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촬영대상이 되지 않을 이익에 무조건 우선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CCTV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한 노사 갈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기업은 회사 운영과 관련된 시설물 관리 업무로서 CCTV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노조나 근로자 측에선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되고 근로자 감시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며 반발한다.

    노조 측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듯 실제 회사가 근로자를 감시하는 목적으로 CCTV를 사용한 사례도 존재한다. 굴삭기 부품 제조업체인 신일정밀에선 CCTV를 통해 노조 간부 4명과 조합원 1명에 대한 근태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문답서를 요구한 일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회사는 CCTV 검색을 총 26회(756분가량)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 11일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회사 운영에 있어 CCTV 설치 및 운영이 꼭 필요한 경우다. 이번 사건에서도 타타대우상용차는 앞서 네 차례 기자재 도난 피해와 화재 피해를 겪은 후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한 것이었다. 대전 어린이집 사건에서도 과거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적 있어 학부모들의 요구로 CCTV 설치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대법은 회사가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으로 CCTV를 설치했더라도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근로자 측 대리를 맡은 박다혜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대법은 설령 시설 보호나 화재 감시와 같은 CCTV 설치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근로자 당사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판결을 했다"며 "회사가 그 원칙을 깨고 일방으로 CCTV를 설치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CCTV에 대한 법상 원칙이 분명함에도 원칙에 따르지 않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설치ㆍ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노동조합도 설치 시점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CCTV로 갈등이 있을 때마다 소송으로 대응할 수 없으니 가장 좋은 방법은 이번 판결의 의미가 현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이를 반영해 현장 감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이미 CCTV를 설치해 작업 현장, 출퇴근 현장 등을 찍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뒤늦게 근로자 측으로부터 문제 제기를 받을 수 있다. 박 변호사는 "근로자 동의를 받지 않고 CCTV를 설치해 이미 운영하고 있거나 근로자 측에서 CCTV가 설치됐는지 모르고 있다가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근로자 측에서 늦게라도 인지했다면 문제 제기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근로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이번 판결의 취지가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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