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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기사 농성 지지하고 음식 제공한 노조 간부들…대법 “업무방해방조 아냐”
    등록일: 2023.09.12 17:56 조회수: 41
  • 고공농성을 벌인 조합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농성장 바로 아래에서 지지 집회를 개최한 이들을 업무방해방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들의 조력행위가 업무방해를 용이하게 했다고 본 원심을 뒤집은 판결이다.

    18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대법원 제1부(재판장 박정화)는 업무방해방조로 재판에 넘겨진 철도노조 간부 A 씨 등 7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와 조력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방조범 성립을 엄격하게 판단했다. 법원은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의 범죄 실현에 현실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 없는 행위를 도와준 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엔 방조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음식 제공 등으로 업무방해방조" 재판 넘겨져

    앞서 지난 2014년 3월 한국철도공사(공사)는 700여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순환전보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공사는 순환전보의 목적을 직원들의 다양한 업무 기회 확대, 지역ㆍ분야 간 인력 불균형 해소라고 설명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운전 경로 및 차종의 숙지가 중요한 운전분야와 차량분야에서 상시적인 순환전보를 실시할 경우 사고 위험이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특히, 당시 철도노조가 철도 민영화 및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파업을 한 것과 관련해 공사가 보복성 전보를 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공사는 철도노조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순환전보를 예정대로 단행했다.

    본격적인 사건은 순환전보에 반발한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고공농성에 돌입하면서 시작됐다. 2014년 4월 9일 새벽 6시 20분경 조합원 이 모 씨와 유 모 씨는 순환전보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차량사업소에 설치된 높이 15m가량의 조명탄에 올라 2인용 텐트를 설치했다. 공사는 고공농성자들의 안전을 위해 4월 9일부터 5월 2일까지 약 한 달간 조명탑 전원을 차단해야 했다. 조명탑 전원이 차단되면서 공사는 야간 입환 업무를 하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은 업무방해로 유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철도노조 서울본부 간부 A 씨 등 7명은 이 모 씨와 유 모 씨 두 사람의 고공농성을 지지하기 위해 조명탑 아래 천막을 설치하고 지지 집회를 개최했다. 또, 고공농성을 하는 동안 음식물과 책 등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A 씨 등은 고공농성자들의 업무방해 범행을 용이하게 만들어 이를 방조했다는 업무방해방조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ㆍ2심 모두 업무방해방조 인정

    1심은 A 씨 등에게 업무방해방조죄가 있다고 판단해 벌금 50~200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고공농성자 두 사람이 조명탑에 올라간 이유와 A 씨 등이 집회를 개최한 이유가 순환전보의 부당성을 알리는 것으로 똑같다는 점, A 씨 등이 천막을 설치하고 집회를 개최한 장소가 조명탑 아래라는 점을 지적했다.

    1심은 "A 씨 등이 고공농성자 두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동일한 주장을 하면서 매일 집회를 연 것은 두 사람의 농성 활동을 지지해 그들의 결의를 강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두 사람의 업무방해 행위를 용이하게 하거나 그 결의를 강화해 이를 방조한 것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A 씨 등은 자신들의 행위가 공사의 순환전보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한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었을 뿐으로 두 사람의 고공농성을 지지하고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음식물과 생필품을 올려보낸 것에 대해서도 A 씨 등은 안전과 건강을 유지하도록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역시 두 사람의 고공농성을 용이하게 하고 결의를 강화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도 업무방해방조죄를 인정했다. 다만, 벌금은 30~100만 원으로 1심보다 줄어들었다.

    2심은 방조행위를 폭넓게 바라보는 법리를 제시했다. 법원은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한다는 것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ㆍ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르키는 것으로, 방조는 정범의 실행행위 중에 이를 방조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실행 착수 전에 장래의 실행행위를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해 방조한 경우에도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방조범의 고의성은 정범이 실현하는 범죄의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만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법리를 이번 사건에 대입하면 두 사람의 고공농성이 공사의 야간 입환 업무를 방해한다는 점을 A 씨 등이 인식했다면 업무방해방조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2심은 이를 근거로 "A 씨 등은 고공농성이 공사의 야간 입환 업무를 방해한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서 A 씨 등의 행위는 고공농성을 더욱 용이하게 했다"며 "이를 인식한 상황에서 두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거나 A 씨 등이 업무방해방조의 고의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업무방해방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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