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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기사 전국공무원노조 ‘집단탈퇴’ 공방…2심도 원주시노조 승소
    등록일: 2023.10.31 15:35 조회수: 113
  • 원주시청 공무원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을 둘러싼 분쟁에서 법원이 상급단체인 전국공무원노조가 아닌 원주시청 공무원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 이어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비슷한 분쟁에서 원주시청 공무원노조와 같은 입장을 밝힌 노조들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12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춘천제2민사부(재판장 김종우)는 지난 1일 전국공무원노조가 원주시청 공무원노조를 상대로 낸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상급단체 방향, 현장과 달라" 원주시지부 집단탈퇴

    원주시청 공무원노조(원주시노조)는 공무원들이 가입하는 산별노조인 전국공무원노조의 산하 지부(원주시지부)로 활동했으나, 지난 2021년 8월 24일 총회를 통해 전국공무원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을 변경했다.

    당시 지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우해승 현 원주시노조 위원장은 "그간 전국공무원노조가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이 원주시지부 현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전국공무원노조 탈퇴를 포함한 운영방향 모색을 위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듣고 숙의하는 과정을 거치기로 결의했다"는 내용을 전국공무원노조에 통보했다.

    이후 우해승 위원장은 조합원 735명 중 362명의 동의를 받아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장에게 연합단체(상급단체) 탈퇴 및 조직형태 변경을 안건으로 하는 총회 개최를 위한 소집권자 지명을 요구했고, 원주지청장은 우해승 위원장을 총회 소집권자로 지명했다.

    총회는 온라인 투표로 진행됐다. 총회 결과, 735명 중 628명(85.44%)이 참여한 투표에서 429명(68.31%)의 찬성으로 연합단체 탈퇴 및 조직형태 변경 안건이 통과됐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원주시지부는 전국공무원노조 독립한 단체로서 실제를 갖추지 못했으므로 전국공무원노조를 탈퇴해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없다"며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총회 결의에 효력이 없고 우해승 위원장이 원주시지부를 대표해 업무수행을 할 권한이 없어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원주시노조, 기업별 노조와 유사"

    1심은 원주시노조의 손을 들었다. 1심 법원은 "원주시지부가 독자적인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일정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활동했던 비법인사단"이라고 판단했다.

    원주시지부는 전국공무원노조의 운영규정과는 다른 지부 운영규정을 따로 두고 있었고, 총회ㆍ운영위원회ㆍ회계감사위원회 등 의사결정기관을 따로 갖추고 있었다. 조합비도 전부를 전국공무원노조에 납부하지 않고 그중 일정액만 납부하고 나머지는 원주시지부와 조합원들을 위해 별도로 적립했다.

    법원은 총회 소집 과정과 최종 의결에도 하자가 없다고 봤다. 1심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장이 우해승 위원장을 총회의 소집권자로 지명한 것에 어떠한 하자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우해승은 총회의 적법한 소집권자가 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총회 공고가 총회 하루 전에 올라온 점, 안건에 대한 토의가 이루어져야 할 총회가 온라인 투표로 이루어진 점을 지적하며 이 역시 절차적 하자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총회 소집공고 기간이 단축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조합원이 총회 안건을 이미 알고 있었고, 안건에 대해 의사를 결정할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갖고 있었다"며 "또한 조합원의 대다수가 총회에 참석해 아무런 장애 없이 의사결정을 했다면 총회 결의의 효력을 부인하거나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합원들은 총회 한 달여 전부터 조직형태 변경에 대한 찬반논의를 하고 있었고, 원주시지부 운영규정엔 투표 방법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는 데다가 온라인투표를 통한 결의를 금지한다는 내용도 없다. 원주시지부는 과거에도 종종 온라인투표를 통해 총회 또는 대의원회 표결을 진행한 바 있었다.

    법원은 이를 종합해 원주시지부의 총회 결의에 그 효력을 무효로 할 정도의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도 같은 판단…소송전 대법으로

    전국공무원노조는 원주시지부가 노동조합으로서 실질적 요건을 갖췄다 하더라도 설립신고를 하지 않은 법외노조이므로, 노동조합법 제18조 제4항을 적용해 소집권자 지명을 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이는 앞서 중부지방고용청 원주지청장이 노동조합법 제18조 제4항을 근거로 우해승 위원장을 총회 소집권자로 지명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노동조합법 제18조 4항은 "행정관청은 총회 또는 대의원회의 소집권자가 없는 경우 조합원 또는 대의원의 3분의 1 이상이 회의에 부의할 사항을 제시하고 소집권자의 지명을 요구한 때에는 15일 이내에 회의의 소집권자를 지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심 역시 1심과 같은 판단을 했다. 2심은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체를 가진 단체들 사이에서 단지 설립신고 여부에 따라 노동조합법 제18조 제4항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하고 차등을 둘 이유가 없다"며 "설립신고가 없었다고 해서 신속한 소집권자 지명과 이에 따른 임시총회 개최의 필요성이 낮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2심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지난 201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소환했다.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가 총회를 거쳐 기업별 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자 금속노조가 발레오전장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지난 2016년 대법원은 조직형태 변경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산별노조의 지회 등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하나의 기업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구성돼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하면서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이 있어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엔 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와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그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는 부분이다.

    이 내용으로 전국공무원노조의 문제 제기를 받은 원주지청장은 마찬가지로 설립신고를 하지 않은 지부가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된 조직체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면 노동조합법 제18조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원주시노조는 2심 판결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해승 위원장은 노동법률과의 통화에서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전국공무원노조는 조합원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판결이라고 생각하고 조합원들이 납부한 조합비를 이런 소송전에 낭비할 것이 아니라 진정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송전은 대법원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측은 지난 11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집단탈퇴 금지 산별노조들, 동일 분쟁으로 시끌

    이번 판결로 비슷한 분쟁에서 원주시노조와 같은 입장을 밝힌 노조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에선 지난해 포스코지회 지회장 등이 조직형태 변경을 시도했다가 금속노조에서 제명됐다. 이들은 금속노조를 상대로 제명결의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금속노조는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황으로, 이후 검토를 통해 본안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조와 금속노조 양쪽 모두 조직형태 변경을 둘러싼 분쟁이라는 점에선 같지만, 노조 내부 운영규칙, 절차 등 세부적인 내용이 달라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탁선호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포스코지회 내부 운영규칙에 따르면 총회에서 논의ㆍ상정할 사항을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수의 대의원들이 모여 조직형태 변경 결의를 했다"며 "그마저도 대의원 9명 중 5명이 사퇴한 상황에서 4명만 참여해 대의원들 자격이 문제되고 있으며, 대의원대회 사전에 안건 내용을 구체적으로 고지해야 하는데 그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에서는 한국은행노조와 금융감독원노조를 상대로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 및 조합비 청구 소송을 제기해 다투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노조와 금융감독원노조 모두 대의원대회를 통해 사무금융노조 탈퇴를 결정했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실장은 "사무금융노조는 탈퇴 승인을 한 적도 없을뿐더러 두 노조의 대의원대회에서의 결의 자체가 무효라고 보고 있다"며 "이번 일은 대의원들이 조합원 개개인의 권리를 함부로 침해해 탈퇴하도록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엔 롯데케미칼 대산지회가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탈퇴를 결정했다. 화섬식품노조는 롯데케미칼 대산지회에 별다른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엔 원주시노조에 이어 전국공무원노조 안동시지부가 전국공무원노조 집단탈퇴를 결의했다. 안동시지부는 지난달 31일 임시총회를 열고 전국공무원노조 탈퇴 및 조직형태 변경을 의결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안동시지부의 총회가 위법ㆍ무효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산별노조 내 법적 분쟁과는 별개로 민주노총은 정부의 규약 시정명령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금속노조, 사무금융노조, 화섬식품노조의 규약과 규정, 전국공무원노조의 선거관리규정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상급단체가 산하 지부와 지회의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규약ㆍ규정이 위법이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규약 시정명령이 산별노조의 내부통제권을 침해하고 단결력을 흔드는 탄압이자 위법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조가 규약을 통해 조직운영 원칙을 결정하는 것은 헌법의 단결권과 노동조합법 목적을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행정관청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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