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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기사 전합 “공무직-공무원 달라, 차별 가능”...차별 소송, 사실상 종결?
    등록일: 2023.11.07 15:34 조회수: 77
  • 공무직과 공무원은 다른 집단이어서 근로기준법상 차별금지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무원은 특수성을 갖고 있어 공무직과 공무원 간에는 근로기준법상 차별 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공무직 근로자와 공무원 간 차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내놓은 첫 판단이다.

    이번 판결로 하급심에 계류 중인 공무직과 공무원 간 차별 시정 소송은 사실상 정리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쟁점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 전원합의체는 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와의 관계에서는 고용형태도 사회적 신분이 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주심 노정희 대법관) 전날 국도교통부 국도관리원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관 13명 중 7명이 다수의견, 1명이 별개의견, 5명이 반대의견을 냈다.

    전원합의체는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공무원은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공무원과 같은 수당 받아야" 차별 소송, 전합 간 까닭은?

    국도관리원은 국토교통부 소속 지방국토관리청과 계약을 맺은 무기계약직 근로자다. 이들은 도로 유지ㆍ보수와 과적차량을 단속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공무원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공무원에게만 지급되는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한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냈다.

    근로기준법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사용자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할 경우 근로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쟁점은 근로자들이 주장하는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이 될 수 있는 지다.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려면 차별의 이유인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해야 한다. 또 차별을 주장하는 집단과 비교 대상 집단이 동일한 집단에 속해야 한다. 동일한 집단에 속해야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다르게 처우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기존에는 사회적 신분에 대한 대법원의 선행 판례가 없었다. 근로기준법 6조는 헌법상 평등권을 담고 있는 조항이다. 법원이 사회적 신분을 판단할 때는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하곤 했다. 이에 하급심에서는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번 사건에서 1심과 2심은 모두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도관리원과 공무원들은 동일한 비교집단이 아니어서 차별이 가능하다고 봤다, 두 집단은 채용 형태와 채용 절차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 범위도 확연히 구분돼 차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사건은 전원합의체에 올랐다. 전원합의체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근로기준법상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공무원이 국도관리원의 비교 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는지 ▲국도관리원을 차별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판단했다.

    "공무직-공무원 다른 집단, 차별 가능"...공무원 특수성 강조한 전합

    전원합의체는 국도관리원 측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관 13명 중 7명의 의견이다. 1명은 별개의견, 5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전원합의체는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 비교했을 때 근로기준법상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국도관리원과 공무원은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하지 않아 비교대상이 될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원합의체는 공무원의 특수성에 주목했다. 공무원은 직업공무원제도에 따라 특수한 신분관계를 형성하고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면서 근무 조건 결정방식이나 보수의 성격 등이 일반 근로자와는 다르다는 판단이다.

    전원합의체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이 정한 직업공무원제도에 따라 국가와 공법상 신분 관계를 형성하고 청렴의무 등 여러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며 일반 근로자보다 무거운 책임과 윤리성을 요구받는 지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의 보수 등 근무조건은 예산을 고려해 법령으로 정해지고 공무원의 노동3권 행사 역시 법률로 제한돼 공무원은 단체협약 통해 근로조건 향상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며 "공무원 보수는 근로의 대가라는 성격 외에도 안정적인 직업공무원제도 유지를 위한 정책적 목적을 가지고 공무원조직의 특수성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무원 봉급은 기본적으로 공무원 종류 계급 직급 호봉 등에 따라 결정되고 담당업무를 기초로 설정돼있지 않다"며 "따라서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의 업무 내용에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같은 처우가 보장돼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엇갈리던 하급심 가닥 잡힐 것"...차별 소송, 사실상 종결 수순?

    이번 판결은 공무직과 공무원 간에 근로기준법상 차별 금지가 적용될 수 있는지 대법원이 판단한 첫 사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근로기준법상 차별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일반 근로자와 공무원이 비교 대상임을 부정하고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공무직과 공무원 간 차별 시정 소송의 가닥이 잡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무직과 공무원 간 차별 금지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이상 하급심에서 다른 결론을 내놓기는 어렵다. 특히 대법원은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가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본 것뿐만 아니라 두 집단이 비교 집단이 아니라고도 선을 그었다.

    현재 하급심에는 공무직과 공무원 간 차별 시정 소송이 여러 건 계류 중이다. 이 쟁점을 다루는 하급심 판결은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만 두 집단은 동일한 집단이 아니어서 차별이 가능하다고 보는 판결과,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이라는 것부터 부정하는 판결로 나뉘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후자로 판단을 내렸고 향후 나올 하급심 판단도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임을 부정하고 공무직과 공무원은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본 기존 하급심 판결과 유사하다"며 "일부 하급심은 고용형태를 사회적 신분이라고 인정하기도 했지만 이런 판결들은 정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무기계약직은 사회적 신분으로 볼 수 없음에도 이에 관한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대로 판결을 내놓을 필요가 있었는데 적절한 판단이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법원에 계류 중인 후속 사건에도 큰 영향을 줄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근로자 측을 대리한 한석종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아쉬움을 표했다. 한석종 변호사는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까지 7년이 걸렸고 전원합의체에도 회부돼 대법원이 진전된 판결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앞선 하급심 판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판단이 나와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고용형태=사회적 신분" 쟁점, 끝나지 않았다...문 열어둔 전합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것은 전원합의체가 일반적인 고용형태를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원합의체는 고용형태가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제한을 걸었다.

    대법원 관계자도 판결 의의를 설명하면서 "이 판결은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지목한 차별 사안에 관한 판단이고 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를 비교 대상으로 해서 차별을 주장하는 사안에 관한 판단은 아니"라며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도 아니"라고 부연했다.

    이번 판결은 공무원을 비교 대상으로 하는 차별 문제에 한정될 뿐 일반 근로자 간 차별 문제까지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일반 근로자 간 차별 소송이 제기될 경우 고용형태는 얼마든지 사회적 신분이 될 수 있다.

    박은정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전원합의체가 고용형태 자체가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본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공무원이라는 법적 지위의 특성상 공무직의 사회적 신분을 부정한 것"이라며 "그러나 전원합의체가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이라고 직접 설시한 것도 아니어서 여전히 이 쟁점에 대해 논란의 가능성이 남게 됐다"고 말했다.

    전원합의체가 사회적 신분에 대해 보다 보편적이고 구체적인 판단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원합의체는 공무원과 공무직 간 관계에 대해서만 판단했을 뿐 사회적 신분에 대해서는 기존의 이해를 벗어나지 않았다.

    한석종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는 보편적인 일반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상 차별적 처우 금지 조항과 관련해 파격적인 기조는 보이지 않는다"며 "전원합의체는 다만 공무원과 공무직은 확실히 달라 차별 처우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정리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에서 근로자 측을 이끈 최석문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국토교통부공무직노동조합 위원장은 공무원과 일반 근로자를 다르게 본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노동자 간 차별은 안 되지만 공무원과 차별은 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함으로서 대법원이 정부에 차별 면허증을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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