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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기사 엇갈리는 채권추심인 근로자성…“SCI평가정보 채권추심인은 근로자”
    등록일: 2023.11.07 15:36 조회수: 96
  • 채권추심인의 근로자성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채권추심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25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07민사단독 박창우 판사는 SCI평가정보 채권추심인으로 일했던 A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박 판사는 "A 씨와 회사가 체결한 계약의 실질은 A 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계약관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 씨는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지휘ㆍ감독 있었다" 퇴직금 청구 소송

    SCI평가정보는 채권추심업ㆍ신용조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A 씨는 2009년 회사와 채권추심인 위촉계약을 맺고 2019년까지 회사가 채권자들로부터 수임한 채권의 관리 및 추심업무를 수행했다.

    회사와 A 씨는 2016년 3월 이후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했다. 계약서에는 A 씨가 SCI평가정보의 근로자가 아니며 A 씨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계약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A 씨는 자신이 임금을 목적으로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며 회사에 법정 기준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에 나섰다.

    "종속적으로 근로제공해"…근로자성ㆍ업무 계속성 인정

    법원은 A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가를 먼저 살폈다.

    판례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사업ㆍ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이때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사용자가 지휘ㆍ감독을 했는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해 근로자를 구속했는지 등 여러 조건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이를 종합해 판단한 결과 법원은 A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회사가 A 씨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박 판사는 "A 씨와 회사가 체결한 계약의 실질은 A 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계약관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 씨는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회사는 전국에 여러 지점을 운영하며 지점장을 뒀다"며 "회사는 지점장을 통해 업무지침을 전달하는 등 채권추심인들을 지휘ㆍ감독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CI평가정보는 소속 채권추심인들에게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내부전산관리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했다. 지점장은 채권추심인들이 조회에 참석하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출근 여부를 확인했다. 조회에 불참하면 불이익이나 계약해지 등을 검토해 조치를 취했다.

    회사가 지점장을 통해 채권추심 및 영업직원들의 좌석을 임의로 배치하도록 하고, 매출 증대 대책을 세워 채권추심인들의 성과를 독려한 사실도 확인됐다. 채권추심인들에게 내부 정보 유출 방지, 메신저 사적 용도 사용금지, 사내 컴퓨터 및 모바일폰으로 게임ㆍ주식 금지, 출퇴근 시간 준수와 같은 업무지침도 내렸다. 업무연락을 수시로 해 지시사항도 전달했다.

    또한, 회사는 채권추심인의 성과수수료 지급기준을 마련하고 우수 실적자를 포상하는 등 조직ㆍ인사관리도 했다. A 씨는 사무실에서 지정된 자리를 배정받았고, 회사는 A 씨에게 책상, 컴퓨터, 전화기 등 사무집기를 제공했다.

    나아가 법원은 A 씨의 업무 계속성도 인정했다. A 씨가 회사와 체결한 위촉계약서엔 겸업을 허용하고 있으나, 법원은 A 씨가 사실상 겸업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박 판사는 "A 씨는 비교적 꾸준히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지급받아 왔고, 회사에서 배정받은 채권추심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는 업무 양상을 고려할 때 겸업이 사실상 자유롭게 행해질 수는 없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건마다 제각각 채권추심인 근로자성

    채권추심인의 근로자성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법원에선 근로자성 여부에 대해 사건마다 상반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채권추심인을 상대로 회사가 업무상 지휘ㆍ감독을 했는지에 따라 근로자성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채권추심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해도 사안마다 업무 형태를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같은 분쟁을 겪은 SGI신용정보 사건에서 채권추심인들 중 일부는 업무 독립성이 인정돼 근로자성이 부정된 사례도 있다.

    이번 SCI평가정보 사건에선 법원이 근로자성을 인정했지만, 반대로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도 있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은 SGI신용정보 채권추심인으로 일했던 A 씨 등 3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측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해당 사건에서 채권추심 업무 위임계약 체결 시기를 기준으로 근로자성 판단이 엇갈렸다.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식을 규정한 조항을 삭제한 이후 위임계약을 처음 체결한 채권추심인들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어 지난해 9월에도 대법원은 추심 방법을 직접 결정하고 다른 업무를 겸직한 전속성이 없는 채권추심원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고려신용정보 채권추심원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이었다.

    대법은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퉈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근무지 업무 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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