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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기사 “공공기관 경영성과급은 임금”...법원 판단 관건은 ‘지급 근거’
    등록일: 2023.11.14 11:57 조회수: 50
  •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을 임금으로 보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민간기업 경영성과급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바로 지급 근거다. 공공기관 경영성과급의 경우 지급 근거가 명확해 임금성을 인정받는 데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사례로는 한국조폐공사가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김명수)는 지난달 17일 조폐공사 전ㆍ현직 직원 552명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연금 부담금 납입의무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영성과급은 퇴직연금 부담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연간 임금 총액 내지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판단 근거는 지급 기준이었다. 재판부는 조폐공사가 보수규정에 따라 공공기관법이 정한 지급률대로 경영성과급을 지급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원고들 손을 들어줬다. 공공기관법상 조폐공사에 지급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고들은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경영성과급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폐공사는 경영성과급을 제외한 평균임금으로 퇴직연금 부담금을 납입해 왔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과 12월 공공기관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연달아 내놨다. 경영성과급이 계속적ㆍ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대상과 조건이 확정돼 있어 사용자에게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평균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못 박았다.

    조폐공사 재판부도 "정부는 매년 공기업ㆍ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 등에서 경영성과급 지급 기준을 정해 왔고 조폐공사는 정부의 이러한 지침에 따라 경영성과급 지급 기준을 마련해 지급해 왔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경영성과급 지급시기, 지급률 산정 기준, 지급금액 산정 등이 내부 규정에 명시돼 있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경영성과급이 은혜적 금품에 불과하거나 우발적ㆍ일시적 급여라고 볼 근거가 없고 실제 근무일수에 따라 계산해 지급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공기관 경영성과급, 유사 소송 이어져

    대법원이 공공기관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판단한 이후 유사한 소송이 줄을 이었다.

    한국전력공사 전ㆍ현직 근로자 등 7000여 명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금액으로 보면 240억 원이 넘는 규모다.

    사건은 조폐공사와 같은 재판부가 맡았다. 재판부는 지난 5월 "한전이 경영성과급 지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직원들도 지급되리라는 기대가 형성됐을 것"이라면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한전이 취업규칙을 통해 경영성과급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한 것도 법 위반이라고 봤다.

    한전 산하 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김용두)는 지난해 8월 "공단 보수규정 등을 보면 경영성과급은 성과연봉에 해당하고 실제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계산 지급하는 등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국민연금공단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단독 이준구 판사는 같은 해 7월 "매년 근로자들에게 예외없이 지급됐고 최저 지급률과 최저 지급액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지급사유 발생이 불확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근로자들 손을 들어줬다.

    한 법조계 인사는 "관건은 지급 근거"라며 "예를 들어 공기업의 경우 경영성과급이 단체협약 등에 지급 근거가 마련돼 있지만 사기업은 단협 등에 그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경영성과급 임금성, 민간기업에선 판결 엇갈려

    실제 민간기업은 공공기관과 달리 판결이 엇갈린다. 오히려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다수 나오기도 했다.

    같은 날,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사실관계를 놓고 서로 다른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 사례다.

    수원고법 제3민사부(재판장 정형식)는 지난달 판결을 통해 삼성전자 경영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센티브 계산에서 어떤 근로자에게 어떤 지급률을 적용할지 전혀 규정돼 있지 않고 경영진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이 주어져 있고 일정한 기초 금액이나 지급률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지급 대상이나 지급 조건이 확정돼 있지 않다"며 회사 손을 들어줬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재판장 최형표)는 "(삼성전자는) 1994년 이래 매 반기마다 목표 인센티브를 지급해 왔고 2000년 이래 매년 성과인센티브를 지급해 왔는데 이는 인센티브가 회사 임금체계로 확고하게 편입됐고 노사 간 지급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인식과 확산이 형성돼 있다는 의미"라면서 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근로자 측 소송 대리를 맡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법률원은 공공기관ㆍ민간기업 경영성과급 모두 근로기준법과 동일한 임금 개념이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사기업 경영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경영성과급도 계속적ㆍ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급여규정 등에 의해 사용자에게 그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는 이상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경영성과급 관련 법적 분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성과급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판결 경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유성재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은 평가에 관한 법률도 있지만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경영의 성과가 정형의 성과인지 근로자들 노력의 집합인지 구별하기가 힘들다"며 "사기업은 사건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는데 만약 판단을 한다면 해당 기관의 평가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어떤 성격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경영성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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