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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기사 롯데글로벌로지스 원청 사용자성 소송 각하된 이유...판결문 살펴보니
    등록일: 2024.02.06 11:04 조회수: 47
  •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화물기사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이 각하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낸 소송은 이미 회사가 이긴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것이다. 중노위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은 인정했지만 교섭을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가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사용자성을 인정한 중노위 판단을 취소해달라면서 법원으로 향했지만 법원은 중노위 판정에서 이긴 회사가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21일 노동법률이 입수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부당노동행위 재심판정 취소 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이 소송은 그 주장 자체로 원고가 자신의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것과 같고 따라서 소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중노위 "롯데, 화물기사 사용자지만 부당노동행위는 아냐"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 노동조합은 롯데슈퍼 물품을 운송하는 지입차주들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다. 지입차주들은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운송계약을 맺은 10개 운수사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운송업무를 하는 이들이다.

    노조는 지난해 4월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수년간 업무합의서를 통해 근로조건을 결정해 온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라는 주장이다.

    지입차주들은 노조를 설립하기 전에도 차주회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지부 형태로 단체를 결성해 롯데글로벌로지스와 각종 근무조건을 결정하는 업무합의서를 체결해 왔다. 업무합의서는 지입차주 단체와 운송사, 롯데글로벌로지스 삼자가 함께 체결했고 차량 감차 조건, 용차료, 각종 비용 지원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회사가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자 노조는 경기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냈다. 경기지노위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업무합의서를 법률적 효력이 있는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롯데글로벌로지스뿐만 아니라 운송사가 근로조건 결정에 역할을 해온 점도 판단 이유가 됐다.

    중노위도 경기지노위 판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지입차주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지입차주와 교섭할 의무는 있지만 교섭을 거부했다고 해서 부당노동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근로계약관계 없는 사용자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되려면 실질적 지배력설이 인정돼야 한다. 실질적 지배력설은 명시적ㆍ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관해 실질적ㆍ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다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르면 근로계약관계를 기반으로 사용자와 근로자를 판단하는 것보다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하게 된다.

    중노위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지입차주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교섭에 나서려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의제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노조가 교섭 의제를 특정하지 않아 회사가 교섭을 거부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경기지노위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단체교섭 요구에 응낙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사용자는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ㆍ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하는 자로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노조가 구체적인 교섭 의제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교섭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찝찝한 승리에 법원 향한 회사...법원 "소송 이익 없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중노위 판단에 불복해 행정법원으로 향했다. 결과적으로는 부당노동행위라는 노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교섭 의무를 인정받아서다. 중노위 판정에서 패배하지 않은 측이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법원은 소송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노위 판정을 취소할 이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행정소송법에 따르면 행정처분 취소 소송은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만 제기할 수 있다. 또 대법원은 위법한 처분을 취소한다고 해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같은 소송 당사자 간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있다면 처분 취소 소송을 할 수 있다.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 재심판정 취소 소송의 소송 대상은 재심판정 자체의 위법성"이라며 "설령 법원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취지로 판단하더라도 사용자가 아닌 회사로서는 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어 재심판정과 동일한 결과가 되고 결국 법원은 재심판정을 취소할 수 없어 회사의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회사는 그 주장 자체로 자신의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것과 같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할 수는 없고 당연한 결과로 소의 이익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있어 취소 소송을 할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사는 재심판정을 취소하지 않으면 노조가 재차 단체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유사한 사건에서 재심판정을 근거로 회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원이 재심판정을 취소할 수 없는 이상 처분 자체가 위법함을 전제로 중앙노동위원회가 그 위법한 처분을 반복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정이 나올 경우 다시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노동위원회가 판정서에 설시한 이유는 사용자, 노동조합이나 법원에 대해 아무런 기속력을 가지지 않는다"며 "회사로서는 후속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라는 판정이 내려질 경우 이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해 사용자성을 다시 판단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이번 재심판정과 다른 판단이 내려질 여지도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법원이 본안 판단을 하지 않으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지입차주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인지, 실질적 지배력설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한 법원 판단도 가로막히게 됐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롯데글로벌로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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