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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기사 고법 “타다 드라이버는 쏘카 근로자”...사실관계 변화 없음에도 뒤집힌 판결
    등록일: 2024.02.06 11:03 조회수: 33
  • 타다 드라이버가 쏘카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자성을 부정한 1심 판결을 뒤집은 판결이다. 2심에서 새로운 사실관계가 등장했거나 법리가 변경된 것도 아니었다. 같은 사실관계를 놓고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는 이번 사건이 불러올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심과 2심 모두 같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고 있는 탓에 엇갈린 판결 결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이번 사건은 타다뿐 아니라 플랫폼 노동에 대한 입법과 정책을 논의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타다 드라이버의 근로자성을 다투는 또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2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김대웅)는 쏘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날 "드라이버들은 노무 제공 과정에서 타다 앱을 통해 업무수행방식, 근태관리, 복장, 고객 응대, 근무실적 평가 등 업무 관련 사항 대부분에 관해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다"며 "드라이버의 사용자는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실질적으로 드라이버를 지휘ㆍ감독하며 근로를 제공받아온 쏘카"라고 판단했다.

    "타다 드라이버, 근로자 아냐" 중노위 뒤집은 1심

    차량대여업체인 쏘카는 자회사 브이씨앤씨를 통해 기사 알선 포함 차량 대여서비스인 타다를 운영했다. 쏘카가 소유한 차량을 운전원(드라이버)까지 알선해 대여하는 서비스다.

    드라이버는 인력업체인 A 업체를 통해 제공됐다. A 업체는 쏘카와 운전 용역 계약을 맺고 요청이 있으면 파견 계약을 맺은 드라이버나 프리랜서 드라이버를 타다에 알선했다.

    근로자성이 문제된 건 인력업체와 계약을 맺은 프리랜서 드라이버다. 개정 여객자동차법으로 서비스 운영에 문제가 생기자 쏘카는 타다 배차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고 프리랜서 드라이버 B 씨는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중노위는 B 씨가 쏘카의 근로자라면서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동시에 B 씨의 사용자는 다름 아닌 쏘카라고 판단했다. 쏘카가 B 씨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1심은 B 씨의 근로자성과 묵시적계약관계를 모두 부정했다. B 씨는 쏘카의 근로자가 아니라 A 업체와 운전용역 계약을 체결한 프리랜서라는 판단이다.

    또 뒤집힌 판결...2심 "타다 드라이버도 근로자"

    그러나 2심은 1심을 깨고 중노위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타다 드라이버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하지 못했고 쏘카로부터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받았다는 것이다.

    드라이버는 운행시간 동안 임의의 장소에서 대기하지 못했고 앱이 안내하는 대기장소에서 대기하다가 이용자가 배차되면 15초 이내에 배차를 수락한 후 이용자에게 이동해 앱 로직에 의해 결정되는 운행경로에 따라 운전해야 했다.

    드라이버는 이용자가 탑승하면 정해진 서비스 멘트를 하고 차 내부 온도와 라디오 음량을 확인하는 등 손님 응대 규정을 지켜야 했다.

    드라이버에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은 없었지만 쏘카는 서비스 표준화를 위해 각종 교육자료와 기본 업무메뉴얼, 근무규정 등을 배포했다. 협력업체는 이 규정에 따라 드라이버를 교육했다. 규정에는 운행 중에 지켜야할 내용뿐만 아니라 차량 점검, 주유 등에 관한 내용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드라이버의 운행 내역은 앱을 통해 자동으로 기록됐다. 회사는 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활용해 드라이버 근무 실적을 평가하는 레벨제를 시행했다. 근태 관리 리포트를 작성해 협력업체에 교욱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 평가 결과는 수수료율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드라이버 레벨제는 드라이버가 근무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는 사실상 유인으로 작동했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드라이버들이 원하는 근무일시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드라이버들이 희망 근무 요일 등을 신청했다 하더라도 배차표는 회사가 정했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드라이버들에게 원하지 않는 날에 근무 신청을 하지 않을 선택권은 있었지만 차량이 배차돼야지만 근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는 최종적 권한은 타다 서비스 운영자에 있었다"며 "드라이버가 일정 횟수 이상 운행요일을 변경하거나 배차 취소를 요청하면 회사는 계약해지 등 제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드라이버가 계속적으로 근무를 제공했고 회사에 전속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쏘카는 드라이버 레벨제에 출근일수를 평가요소로 추가해 드라이버가 사실상 계속적으로 근무를 수행하도록 유도했다"며 "드라이버가 겸업을 할 수는 있었지만 겸업은 근로기준법상 단기간 근로자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특성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사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 밖에도 회사가 차량과 세차비, 주유비 등 부대 비용을 모두 제공한 점, 드라이버들이 근무한 시간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은 점, 파견 드라이버와 프리랜서 드라이버 간 업무 내용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던 점 등이 고려됐다.

    "진짜 사용자는 쏘카"...실질적 지휘ㆍ감독 인정

    재판부는 드라이버의 사용자가 인력을 공급한 협력업체가 아닌 쏘카라는 중노위 판단도 유지했다. 드라이버를 지휘ㆍ감독한 것은 쏘카이고 협력업체는 인력공급업체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협력업체가 드라이버와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이기는 하지만 계약의 주요 내용은 협력업체와 쏘카가 체결한 운전용역계약에 따른 것이고 협력업체는 사실상 드라이버의 임금, 근로시간, 업무내용 등 근로조건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며 "드라이버 채용 과정에도 타다 서비스 운영자가 관여했고 협력업체는 드라이버의 근태 정보 외에 근무 상황과 관련한 어떤 자료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협력업체는 타다의 교육자료와 근무 규정을 일부만 수정해 그대로 사용했고 쏘카로부터 운전용역대금을 받으면 드라이버에게 지급한 나머지를 수수료로 가져갔다.

    재판부는 "협력업체의 주된 사업내용은 쏘카가 운영하는 타다 서비스 사업에 필요한 운전인력을 모집해 공급하고 쏘카로부터 그 인력에 대한 보수를 지급받아 전달하는 일이 주된 것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협력업체는 인력에 대한 독자적 노무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1ㆍ2심, 사실관계는 같지만 법적판단 갈려"...엇갈린 판결에 혼란

    1심과 2심의 결론이 달라지게 된 이유는 새로운 사실관계가 추가돼서가 아니었다. 1심과 2심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는 거의 동일하지만 두 재판부는 다른 판단을 내놨다.

    1심은 "타다 드라이버가 타다 앱을 통해 이용자의 호출을 받고 그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은 타다 운전원 위탁 계약에 따른 의무의 이행으로 성질상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라며 "타다 드라이버가 타다 앱을 통해 전달되는 운행 경로 등 정보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거나 타다 서비스 이용자 이외 고객을 유치할 수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업무 내용이 쏘카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1심도 타다 드라이버가 대기시간에 타다 앱이 안내하는 장소에서만 있도록 요구받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드라이버들이 호출을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운전대금만 받아 가는 어뷰징 행위를 하거나 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남용할 우려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봤다.

    또 쏘카가 협력업체에 배포한 교육자료나 업무매뉴얼은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균질화하기 위해 배포된 것이지 복무규정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속성도 부정했다. 1심은 "프리랜서 드라이버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운전용역 제공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했고 쏘카가 이를 강제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겸업이 금지되지 않았고 일정 기간 계속적으로 운전용역을 제공할 것이 요구되지도 않아 프리랜서 드라이버가 쏘카에 전속돼 용역을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근로자 측을 대리한 서희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인정된 사실관계들은 통상적으로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사용될 만한 것들이었지만 그럼에도 1심은 반대로 판단을 했었다"며 "항소심도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판단했기 때문에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은 사필귀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2심과 1심을 살펴보면 인정된 사실관계에는 차이가 없지만 그 사실관계에 대한 법적 평가가 달라졌을 뿐"이라며 "예를 들어 1심은 출근일수를 특별수수료를 지급하는 평가 요소 중 일부에 불과해 이로 인해서 근로제공이 강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반면 2심은 프리랜서 드라이버가 근무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는 사실상 유인이었다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계 전반에 파장 올 것"...다른 소송에도 영향

    한편, 이번 사건은 또다른 타다 드라이버가 진행 중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2차 소송)과 불법파견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고등법원에는 이 사건과 같은 쟁점을 안고 있는 2차 소송이 계류 중이다. 1심에서는 2차 소송과 이번 소송이 같은 재판부에 배당돼 같은 결론을 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는 두 사건의 재판부가 나뉘게 됐고 2차 사건도 변론을 모두 마친 후 선고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파견을 다투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두 건은 서울중앙지법에 계류돼 있다.

    근로자 측에 따르면 2차 소송과 불법파견 소송 재판부 모두 이번 사건 결과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이번 판결은 많은 플랫폼 기업의 인사노무 관리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프리랜서 드라이버들을 근로자로 인정한 것을 넘어서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플랫폼 기업인 쏘카의 근로자라고 판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쏘카가 프리랜서 드라이버에게 시급으로 계약 금액을 지급하고 근로시간과 업무 내용에 대한 지휘ㆍ감독권을 행사한 것을 보면 종속성이 뚜렷이 드러난다"며 "드라이버가 근무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인적종속성을 약하게 하는 부분이지만 일감을 배정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기피하는 시간대나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사용자에게 더 강력하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플랫폼 기술은 근로자를 경제적으로 종속되게 해 계약 당사자 간 지위를 불균형하게 하고 노무 지휘ㆍ명령권에 대한 종송성을 만들어낸다"며 "이번 판결은 사업 조직의 네트워크화를 통해 사용자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에 대한 반격으로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교수는 "이번 판결은 플랫폼 종사자 근로자성에 대한 문제의 소지를 분명히 하고 사회적 논쟁을 더 깊게 전개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1심과 2심이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다른 결론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판결의 당부를 떠나 당사자를 설득해서 분쟁을 종식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뜻"이라며 "이는 동시에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운전알선업무 종사자를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으로 포섭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플랫폼 업체의 인사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장을 안고 있다"며 "회사 측이 상고한다면 대법원 판단을 주목해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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