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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기사 대법 “연장근로 ‘주 단위’로 계산”...유연성 늘어도 수당은 그대로
    등록일: 2024.02.06 11:04 조회수: 33
  • 대법원이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하는 방법에 대한 첫 판단을 내놨다. 연장근로 상한을 계산할 때는 1주일간 총 근로시간에서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을 빼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는 1일 8시간 초과분을 합산해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한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방식에 따를 경우 1주 12시간 한도 내에서 연장근로 활용 유연성이 늘어나게 된다. 다만 연장근로수당 산정 방식이 변경된 것은 아니어서 임금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루에 연장 가능한 근로시간이 늘어나면서 근로자의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있게 됐다. 노동계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번 판결은 근로시간제 활용에 유연성을 더하겠다는 정부의 노동개혁안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에 고용부는 기존 행정해석을 조속히 변경하고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근로시간제 개편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과 퇴직급여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항공기 청소업체 대표 A 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남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지난 7일 "1주간의 연장근로가 12시간을 초과했는지는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1주간의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연장근로, 주 단위로 계산해야"…고용부 해석 뒤집은 대법원

    A 씨는 근로자 B 씨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39회에 걸쳐 1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1주 40시간으로 정한다. 하루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주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이때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매일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합산하는 방식과 1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월요일은 11시간, 화요일은 12시간, 수요일은 11시간, 목요일은 13시간 근무한 경우 첫 번째 방식대로라면 연장근로시간은 15시간(3시간+4시간+3시간+5시간)이 된다.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반면 두 번째 방식대로라면 연장근로시간은 7시간이 된다. 총 근로시간 47시간에서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뺀 결과다.

    고용부는 첫 번째 방식을 택하고 있다. 1일 15시간씩 3일 근무했다면 총 근로시간은 45시간이더라도 연장근로시간은 21시간이 돼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21년 8월 23일 배포한 근로시간 제도의 이해 갈무리

    1심과 2심은 첫 번째 방식에 따라 A 씨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두 번째 방식으로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해야 한다면서 원심 판단을 깼다. 대법원이 연장근로시간 계산에 대한 판단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1주간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이고 1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며 "1주간의 연장근로가 12시간을 초과했는지는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1주간의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은 1주 단위 연장근로 한도를 12시간으로 설정하고 있고 여기서 말하는 연장근로란 1주간의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근로기준법은 1일 연장근로의 한도까지 별도로 규제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근로시간 유연성은 늘었지만, 가산수당은 그대로

    이번 판결로 기업의 연장근로 활용이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루 근로시간 제한 없이 주 단위로 연장근로가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장시간 근로를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극단적인 장시간 근로도 가능해지게 됐다.

    그러나 사용자가 지급해야 하는 연장근로수당이 감경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가산임금 지급 대상이 되는 연장근로와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의 판단 기준이 동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도 함께 내놨다. 연장근로에 대해 가산수당을 지급하는 것과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금지하는 것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의미다.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을 초과하거나 1주간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하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사용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과는 별개로 하루 8시간을 넘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이전과 같이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연장근로 제한에 대한 형사 책임이 느슨해졌을 뿐, 사용자가 지급해야 하는 금전적 부담은 동일하다.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1주 52시간 한도 내에서 요일 배분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셈이 됐다"며 "다만 연장근로를 과도하게 몰아서 하게 된다면 사용자의 수당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안전사고 위험이 늘어나는 등 근로자의 건강도 위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근로시간 유연성은 확장됐으니 노사는 비용과 안전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장시간 근로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을 막기 위해 근로시간 간 최소 휴식시간 보장 등 입법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안진수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는 "장시간 근로를 방지할 장치가 없는 상황이라 근로자의 건강권 악화가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면서도 "다만 21시간 연속 근무 등 극단적인 장시간 근로는 정말 특수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자가 지급해야 하는 연장근로수당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대법원이 형사처벌의 기준을 더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고 부연했다.

    "건강권 보호 조치 고안해야"…공은 노사정 대화로?

    노동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번 판결은 1일 8시간을 법정노동시간으로 정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그동안 현장에 자리 잡은 연장근로수당 산정 방식과도 배치되는 시대착오적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1일 연장근로 상한 제한과 11시간 연속휴식권 전면 보장의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졌다"며 "국회는 연장근로에 대한 현장의 혼란을 막고,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입법보완에 지금 즉시 나서라"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법이 일 단위로 법정근로시간을 규제하고 있는 이유는 육체적 한계를 넘는 과도한 노동력 지출을 금지하기 위한 것인데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일 단위 법정근로시간을 정한 법 취지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의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사법부 최고심이 명문에만 집중하고 현실을 무시한 판단을 함으로써 노동자 건강권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물꼬를 터줬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재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연장근로를 1주 12시간으로 제한한 현행법 규정에 따라 연장근로 위반 여부도 1일 단위가 아닌 1주 단위로 따져야 한다는 것으로 법문에 따른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환영했다.

    이번 판결은 사실상 근로시간제를 유연화하는 대신 건강권 보호 조치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정부는 근로시간제 개편 방안을 공개했고 세부적인 사항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이 나오면서 연장근로에 따른 근로자 건강권 보호 조치를 모색할 필요성이 높아지게 됐다.

    이에 고용부는 이번 판결의 취지를 존중해 근로시간제 개편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대법원이 현행 근로시간 법체계는 물론 경직적 근로시간제도로 인한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심도 깊게 고민해 도출한 판결로 이해하고 존중한다"며 "이번 판결은 바쁠 때 더 일하고 덜 바쁠 때 충분히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는 행정해석과 판결의 차이로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 등 의견을 수렴해 조속히 행정해석 변경을 추진하겠다"며 "항후 근로시간 개편 관련 노사정 사회적 대화 시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반영해 근로시간의 유연성과 건강권이 조화를 이루는 충실한 대안이 마련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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